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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학습데이터 제작’ 서울형 뉴딜일자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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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지루해도 괜찮아” 기업 “천금 같은 기회”

 

지난달 25일 인공지능 스타트업 ‘코드비전’이 입주해 있는 서울 연세대 공학원에서 서울형 뉴딜 사업인 인공지 능 학습데이터 구축사업 참여자가 레이블링 작업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지난달 25일 오후에 찾은 서울 연세대 공학원에 입주해 있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코드비전’. 박원경(28)씨와 백유진(24)씨가 ‘레이블링’(표지 붙여주기) 작업이 한창이었다.

 

인공지능이 동영상에서 사람이 등장하는 부분만 잘라내 주면, 그 사람의 머리와 어깨, 팔, 손, 다리 등 주요 17개 지점을 표시해 골격을 파악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의 몸이 다른 물체에 가려져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이런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입력하면 행동 패턴을 학습하게 돼 “사람이 운동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서 취한 동작의 정확도를 체크할 수 있고,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이 사고 위험에 놓였는지 등을 평가할 수 있게 된다.”(송응열 코드비전 대표)

 

출근해 8시간씩 작업을 하는 두 사람은 이 회사 직원은 아니다. 서울시의 ‘서울형 뉴딜 일자리’ 참여자로 지난 10월부터 12월 말까지 코드비전에서 일한다. 서울시 ‘인공지능 학습데이터 제작사업’ 참여자로 한국인공지능협회를 통해 17개 회원사에서 일하도록 배분된 50명 가운데 2명이다. 서울시 생활임금인 시급 1만523원인 임금은 서울시가 부담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뉴딜’ 사업의 하나로, 인공지능 산업에 필수인 학습데이터를 만들며 청년에게 일 경험을 제공하고 취업과 연계하겠다는 게 사업 취지다.

 

박씨는 “단순반복 업무다 보니 지루한 게 사실이지만, 인공지능의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작업이라고 해서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씨도 “취업성공패키지로 빅데이터 플랫폼 과정을 듣고 직접 데이터 가공작업을 해보니 도움이 많이 된다. 회사에서도 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직원처럼 대해주고 주간·월간 교육도 받는다”고 말했다.

 

레이블링은 똑똑한 인공지능을 위해 사람이 반복작업으로 희생해야 하는 일종의 ‘노가다’다. 건당 단가를 매겨 플랫폼노동자가 플랫폼을 통해 레이블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뉴딜 일자리 사업은 참여자 ‘교육’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감정인식 인공지능 솔루션을 만드는 ‘세미콘네트웍스’에서는 하루 4시간은 레이블링 작업을 하고 나머지 4시간은 참여자의 향후 진로에 맞춰 멘토가 내주는 과제를 수행하는 등 교육을 받는다. 이 회사 백대원 대표는 “대학 졸업하고 직장을 잡아야 하는 친구들인데 온종일 단순·반복적인 일만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진로상담 뒤 회사에서 배워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딩 교육을 받은 뒤 개발자로 진로를 정하고 뉴딜 일자리에 참여하게 된 서아무개(26)씨는 “혼자 집에서 구직활동을 하는 것보다 일을 직접 경험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기업 쪽 반응도 좋다. 양질의 학습데이터를 비용부담 없이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레이블링을 해주는 플랫폼도 많지만, 비전문가들이 단순작업으로 생각하며 일하기 때문에 품질이 좋지 않은 편이다.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는 뉴딜 일자리 같은 지원이 ‘천금’과도 같다”고 했다. 백 대표 역시 “정부의 학습데이터 지원 사업은 크게 기업에 학습데이터 제작 과제를 내주거나, 데이터셋을 사는 데 예산을 대주거나(데이터 바우처), 제작 인력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 가운데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인력 지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대표 모두 “내년에도 반드시 사업에 신청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완이 필요한 지점도 있다. 뉴딜 일자리 참여자 가운데 관련 전공자가 아니고 사전 지식이 없는 이들을 중심으로 9명이 그만뒀다. 추경예산으로 사업이 시작되다 보니 준비기간과 사업 수행기간이 짧아 기업들이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한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약 30%가 참여했던 기업에 취업할 예정이라는 점이 서울시가 꼽는 성과다. 이영미 서울시 인공지능팀장은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사업기간을 9개월로 늘리는 대신 인원을 30명 정도로 축소할 예정으로, 학습데이터 구축부터 알고리즘 개발까지 인공지능 인력 육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기업의 인력 확보와 참여자의 취업, 서울시의 공공분야 인공지능 기술 발전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기사 원문: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303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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